안녕하세요 Greener 님! 마케터 슬기입니다.

2주 전에 제가 깜짝 안내했던 커피챗 번개 기억하시나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신청해주셔서 놀랐어요. 저희를 아끼고 응원해주시는 마음에 큰 감동과 벅찬 감사를 느꼈답니다. 정말 다양한 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듣고, 또 많은 마케터 분들의 조언을 얻었는데요. 느낀 건 결국 답은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이었어요. 너무 당연한 말일까요? 하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브랜드가 유행인 아이템이나 경쟁사의 소구 포인트를 따라 가는 현상을 보면, '답은 우리 안에'라는 말이 뻔하지만 진리라는 생각도 들어요.

브랜딩이라는 답을 찾는 과정에 이 세 질문이 도움이 되더군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현재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전의 모습이나 마음가짐이 지금에는 남아 있지 않아 과거는 별로 현재에 큰 영향력이 없는 것 같지만, 여기가 출발점이에요. 지금의 선택이 과거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아도 '정체성'이라는 큰 줄기 안에서 나의 출발점이 어디였는지를 기억해야 해요. 

우리는 현재 무엇인가? 현재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면밀히 분석해야 해요. 그리고 지금 나를 어떻게든 정의해 보는 겁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정의하기엔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래도 정의하는 거예요. 스스로 정리해보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정합니다.다 중구난방인 것 같아도 분명히 맥락이 있어요.

저도 이 과정을 거쳐 저희 브랜드를 재정의 했는데, 생각하지 못한 지점들이 발견됐어요. 특히, 우리의 시작점을 찾는 부분에서요. 그동안 저희의 시작은 '캡슐 세제'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조금 더 정리가 되면 더 나누도록 할게요!

그건 그렇고, 오늘의 레터를 시작해야죠! 오늘은 위 세 질문들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KBS 시사 다큐 <GPS와 리어카>

이 다큐멘터리는 거리의 폐지를 줍는 길거리 노동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다룬 다큐인데요. 단순히 그들의 삶에 프레임을 씌워 조명하지 않고, GPS라는 기술을 붙여 이들이 실제로 하루 평균 얼마나 걷는지, 얼마나 강도 높은 일을 하는지, 주로 다니는 루트를 파악해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정량적으로 파악합니다. 물론 그 기술의 겉에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렇게 위험하고 돈도 안 되고, 몸이 축나는 일을 하는 이유도 그 이야기에서 비롯하고요. 생계를 위해, 그리고 그만 살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이 다큐에서 가장 신선했던 지점은 거리 위 쓰레기를 자원으로 보는 노동자들의 생각이었어요. 누군가에겐 버려지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이걸 분리수거 해서 모으면 또다시 무언가를 만드는 소재로 사용되니까요. 그래서 다큐에서 어느 노동자 할머니는 자원을 캐내는 스스로의 일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진다고 했어요. 약점을 결핍으로 보기보다 가능성으로 보면 지금 해야 할 일이 뚜렷하게 보이고, 내가 하는 일에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이유에서 

©노플라스틱선데이

아마 아는 분들은 많이 아실 텐데요. 노플라스틱선데이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플라스틱 뚜껑을 마냥 골칫거리로 여기지 않고 지속가능한 순환 구조를 설계해 브랜드를 전개하죠. 보통 병의 몸통을 재활용한다는 얘기는 많이 하지만, 뚜껑은 병과 분리해 버려야 할 존재로만 취급됐거든요.

그런데 노플라스틱선데이는 뚜껑의 가치를 발견했어요. 무엇보다 병뚜껑이 굉장히 예쁜 거 아시나요?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거든요. 저도 어릴 적엔 병뚜껑을 구슬 모으듯 수집하기도 했어요. (엄마한테 쓰레기 모은다고 혼이 났지만...)

노플라스틱선데이는 처음 튜브 짜개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지금은 B2B 대상으로 각 용도에 따른 판재도 만들고, 키링이나 메달 같은 굿즈도 제작하고 있어요. 각종 전시나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친환경'이 요즘 브랜드들의 필수 과제가 된만큼 다양한 브랜드와 순환의 가치를 나누고 있죠.

이들을 통해 보니, 가능성을 발견할 때 핵심은 이미 가진 이야기와 기능에 주목하는 것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도전이란 바깥의 새로운 경험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주목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발견해 밖으로 펼쳐 보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