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reener 님.

마케터 슬기입니다.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와 있네요. :)
저는 이 시기를 가장 사랑합니다.

춥거나 덥지 않고, 낮의 길이가 적당히 길어서

언제든 밖으로 달려나가 걷고 싶은 충동이 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걷지 못하는 날이

늘고 있어요. 어떻게든 나가 5분이라도

산책을 하려 애쓰지만, 한 번도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네, 요즘엔 정말 일과 먹고 자며

모든 생활을 함께 하는 중이에요.

책임에 대한 부담이 북한산 바위만큼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 저는 감사거리를 찾습니다.
그냥 생각만 하지 않고 반드시 기록해 둬요.

그러면 지금 겪는 어려움이 막연한 고통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주어질 훈련으로

여겨지더라고요. :)

오늘은 일에서 맥시멀리스트를 살고 있는

제가 글을 썼습니다.

신기하게도 맥시멀리스트 생활이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준 거 있죠! 🥺

일을 많이 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님도

며칠 간은 일부러 자극으로부터

멀어져 보면 좋겠어요.

먹고, 자고, 일하며, 쉬는 단순한 생활에

스스로를 놓아보고요!

워라밸의 경계를 허물고 얻은 것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왜 원더우먼이나 베트맨 같은 영웅들은 늘 같은 옷을 입을까? 맨날 뛰어다니느라 옷에 땀 냄새가 짙게 배었을 텐데. (당연히 그들의 옷은 영웅 캐릭터의 상징이겠지만!) 아마도 그들에겐 옷을 골라 입을 시간조차 없는 게 아닐까? 그들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일반인들처럼 사랑하는 이와 시간도 보내고 밥벌이도 하는 와중에 영웅으로서 사회도 지키는 존재니까.

그래도 그렇지. 인간미 있게 옷 세탁하는 장면 한 번 넣어주면 안 되나, 싶다가도 요즘 나의 생활을 돌아보면 그들이 매일 한 가지 옷만 입는 상태를 백 번 이해하게 된다. 그들도 나처럼 하루에 이뤄지는 결정 횟수를 줄이고 싶을 것이다.

요즘 나는 일에 있어서 맥시멀리스트로 살고 있다. 고심하며 아이를 키우듯 레스벗그리너를 돌보고, 나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프로젝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함께 사는 반려인과 가정을 돌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시간과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으니,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한정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를 포기했다. 이를 테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쇼핑 플랫폼 사이트에서 장바구니를 채우는 일, 서핑하듯 SNS 계정을 옮겨 다니며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둘러보는 일, 그리고 스마트폰 지도 앱에 체크해 둔 맛집 리스트 도장 깨기. 이 일들은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도 소소한 행복과 자극을 주는 것들이다. 정말 소소하지만, 지금은 이런 데 리소스를 쓰는 것조차 나에겐 사치다. 그런데 나의 소확행과 멀어지니 새로운 자유가 주어졌다. 의도치 않게 나는 아래 몇 가지로부터 해방됐다.

1. 옷장을 뒤적이며 입을 옷이 없다며 푸념하는 일
   :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그동안 ‘충동 구매파’에 가까웠다. 그 물건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그 옷이 지금 내가 가진 옷들과 어떤 스타일로 매칭되는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멋있게 차려 입은 모델의 핏이나 세련되게 구성된 화보를 보면 그 이미지에 홀려 구매 버튼을 눌렀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스스로를 설득해가면서. 그러니 해가 지나기도 전에 계절만 바뀌어도, 신상의 매력은 흐물흐물 시들곤 했다. 나의 체형과 어울리지 않는 탓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쌓이기 일쑤였고.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으니 시각적 자극이 줄었고, 오히려 가진 자원을 활용해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중이다. 게다가 옷을 왕창 버렸다. 언젠가 입을 것이라며 쟁여둔, 예쁘지만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옷들을.
   
   
2.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끊임없는 불안감
   : SNS를 유영하듯 돌아다니면 자신 있게 자기만의 일을 척척 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자기만의 취향과 내면을 곤고히 다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신의 영역을 단단히 굳히는 사람들. 그런 멋쟁이들을 보면 좋은 자극이 오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조바심과 불안이 생겨났다.
   어디선가 봤던 ‘불안’과 ‘스트레스’의 차이가 떠오른다. 그 정의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지금 현재 벌어지는 일이나 사건에 의한 상태이고, 불안은 현재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막연함에 의한 두려움이다. 그러니까, 불안은 대상이 없는 공포인 셈이다. 이것도 해야할 것 같고, 저것도 챙겨야 할 것 같은 마음에서 비롯한 초조함. 내 삶에 넘치도록 정보를 흡수하지 않으니, 신기하게도 불안감이 사라졌다. 대신 나는 지금 순간과 나의 반응에 더 집중한다.

3. 누군가의 정성으로 나를 대접하는 것
   :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아지는 유형이라서, 지도 앱에는 저장해 둔 음식점과 카페 리스트가 가득하다. 틈만 나면 이 리스트를 찾아다니며 ‘도장 깨기’를 하거나, 휴무일 체크도 안 하고 즉흥적으로 불쑥 방문하기도 했다. 기술 좋은 요리사가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볼 때는 내가 극진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틀린 감정은 아니지만, 타인의 손길에 익숙해질수록 나는 스스로 대접하는 방법을 잊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동 시간도 아껴야 하는 처지라, 아주 간단한 요리를 직접 해 먹곤 한다. 그때마다 약간의 정성을 들여 오롯이 기쁨을 만든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와 참치 통조림 하나로 후다닥 볶음밥을 만들더라도 꼭 마무리 통깨를 뿌려주는 식으로!

끊임없이 채움을 갈망해왔던 나에게 최근 일어난 변화는 새로운 깨달음을 안긴다. 기회는 많은 선택지에서 오는 게 아니라, 한정된 자원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본의 아니게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며 사는 지금, 나는 다양한 정보와 자극으로부터 분리 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다. 이 시기를 지나 도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지라도, 몸으로 경험한 이 풍요를 찾게 되지 않을까? 체득한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