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reener 님! 마케터 슬기입니다.

요즘 저는 장인 정신으로 살고자 애씁니다. 장인 정신은 찰나의 기쁨을 취하기보다 세대를 넘어서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고민하는 태도거든요. 다른 말로 하면, 지속가능성입니다.

물론 삶을 몇 세대를 건너 이어가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제가 하는 일과 선택이 다음 세대에 전달되어도 괜찮은가를 고민한다는 의미입니다.  님도 별 거 아닌 생활 습관이 자식에게 대물림 되는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해보셨을 거예요. 하다 못해 친구들과 '데덴찌'를 할 때 "우리 동네는 그렇게 안 부르는데?" 식의 대화를 해봤을 테죠. (어떤 동네는 엎어라 뒤퍼라(?) 라고 하더군요.😁) 나의 사소한 생활 방식과 가치관이 다른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니. 모든 삶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다행인 건, 장인 정신이 곧 고수의 기술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사전에 찾아 보니, '한 가지 기술에 통달할 만큼 오랫동안 전념하고 작은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자 노력하는 정신'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맹점은 '통달'이 아니라 '전념'과 '심혈'이에요. 

님은 일상을 장인 정신으로 살고 있나요? 만사가 그렇듯 하루 아침에 장인이 될 순 없지만, 조금 전보다 더 집중하고 되새기는 노력이 우리를 장인의 길로 들어서게 할 거예요.

매거진 <MATTER>

© 매거진 MATTER

웹 콘텐츠나 영상 콘텐츠를 더 자주 만나지만, 저는 책을 가장 애정합니다. 그중에서도 잡지를 사랑해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엇보다 많은 이의 수고가 더해지며 과감히 버려지는 정제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매거진을 받아들면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페이지 수로 찍힌 폰트 하나 하나까지 살펴봐요. 결과물에서도 그렇지만, 제작 의도에 더 큰 감동을 받는 편인데요. 매거진 <MATTER>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MATTER>는 소재 연구 스타트업 (주)랩엠제로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이에요. 우리가 사는 물리적 세상을 이루는 '소재'를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MATTER>는 여느 잡지와는 달리 비정기적으로 출간되지만, 긴 호흡과 시간으로 밀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요.

2월 24일(금) 와디즈 펀딩 오픈을 통해 2호 발행을 앞둔 <MATTER>의 이번 주제는, 나무입니다. (1호의 주제는 플라스틱이에요.) 인류와 오래 동고동락해온 가장 친밀한 소재죠.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인류 공동체가 한 부락에서 전 세계로 확장되기까지 그 모든 출발선에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철이나 석유에 밀려난듯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나무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죠.

일상에 깊이 녹아 있어 알아차리기 어려운 대상을 다시 보고, 탐구하는 일은 삶을 더 제대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무작정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기보다 자기만의 기준을 따르도록 하고요.

©삼문당커피로스터

통영에는 유명한 인디 뮤지션들이 찾는 카페가 있습니다. 바로 '삼문당커피로스터'인데요. 이곳에서는 매달 작가들의 북 콘서트나 음악 공연이 열려요. 커피 맛도 훌륭합니다. 세계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았을 정도로요. 사장님께 커피 취향을 말씀드리면 입맛에 맞춰 커피를 내어주시기도 합니다. 구런데 지역의 작은 카페에서 왜 문화와 예술인을 모으냐고요? 단순히 복합 문화 공간으로 역할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카페가 생겨난 배경에 이유가 있어요.

이곳은 원래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표구사였어요. 이곳 삼문당 카페 사장님의 아버지가 표구를 만들던 표구 장인이었죠. 시간이 흐르며 아버지의 몸이 연로해져 더이상 표구사를 운영할 순 없게 되자, 아들이 장인 정신을 이어 받아 공간을 운영하는 거예요.

'표구'는 종이나 비단에 그린 작품을 보존하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가장자리와 뒷면을 튼튼하게 보강하는 일입니다. 표구사는 우리나라 전통 병풍, 액자, 두루마리를 만들던 곳이고요. 다시 말해, 동아시아 고유의 고급 예술 활동이 이뤄지던 곳이죠. 공간 곳곳에 놓인 병풍과 액자를 보면 세월의 이야기가 피부로 와닿아요. 미드 센추리 인테리어로 등장해 쉽게 사그라지는 공간에 피로감이 쌓이는 요즘, 100년을 꿈꾸는 공간을 만나면 감동이 일어납니다. 소박한 항구 도시 통영을 찾게 된다면, 꼭 이곳에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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