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reener 님!

마케터 슬기입니다. 날이 따뜻했다가도 금새 추워지는, 정말 알 수 없는 매일이 이어지고 있어요. 님의 한 주는 어땠나요?

며칠 전에, 저희는 뉴스레터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버니'와 인터뷰를 하고 왔는데요. (인터뷰는 곧 공개될 예정이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질문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그린레터 팀이 '친환경'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는 노력은 무엇인가요?" 팀원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답변을 하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보였어요. 실천에 앞서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행위가 꼭 선행됐다는 점이에요.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요? 그런데 저는 '보는 것'이 모든 성장의 핵심이 아닐까 해요. 영국의 소설가이자 예술평론가 '존 버거'도 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첫 장에 이렇게 썼어요.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이전에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말'을 하지 않으면 타인의 세계에 닿을 수 없어요. 그런데, 어떤 식으로든 보지 않으면 말을 배울 수 없다고 합니다. 삶에 기본적인 역량을 습득할 때도 '보기'가 중요한데,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천에는 오죽할까요?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일, 나다운 습관을 들이는 일. 이 고민을 실행에 옮기려면, 공기처럼 익숙한 생활을 점검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점검의 과정에는 관찰과 기록이 뒤따르죠. 그런데 저는 무작정 앉아 나를 돌아보라고 하면 막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종종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하고 살펴보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이 세상을 느끼고 감각하는 모습을 그대로 배껴 제 삶에 적용해 보기도 합니다. 저는 그렇게 누군가의 삶을 배우며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님에게 제 일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만든 콘텐츠 몇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어떤 것은 가볍게, 또 어떤 것은 제법 진지하게, 님만의 감각으로 느껴주세요.

‘TTP’는 독일어로 Tischtennisplatte, 탁구대를 의미합니다. 이 책의 작가는, 독일 유학 시절 머문 기숙사 창 밖으로 보인 탁구대의 생애를 담았어요. 무려 5년 동안 말이죠.

인근 주민들과 동물들은 이 탁구대를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사용하는데요. 재밌는 건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는 이는 없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벤치로, 술래잡기에 재미를 더하는 장애물로, 새들의 쉼터로 활용되죠.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 속 '나무' 같아요. 책의 마지막 장에는 헌신적인 탁구대의 결말이 담겼습니다.

동일한 구도와 시선으로 본 한 존재의 생애를 보고 나면, 변함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킨 무언가가 떠오릅니다. 너무 당연하고 익숙해서 그 존재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되지 않는 것 말이에요. 재치 있는 사진을 통해 나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대상을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 시즌2, '물을 거래하다'

출처: 넷플릭스

님은 생수를 얼마나 자주 사서 드시나요? 우리는 생수를 사 먹을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곤 해요. 나의 편의를 위해 환경에 해로운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질문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이 생수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하고 질문하게 돼요.

생수는 정말 어딜 가든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음료 판매량 1위는 다름 아닌 생수인데요. 여느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는 연간 생수 소비액이 무려 350억 달러 (한화로 약 43조 원)에 달할 정도래요. 

참 기이한 현상이에요. 태초부터 인간의 삶과 문명은 물을 따라 발전하고 이어져왔어요. 물 없이는 생명을 보전할 수 없으니까요. 그만큼 물은 우리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공공재입니다. 그런데 이 자연을 누군가 플라스틱 병에 담아 값을 매겨 파는 거예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애꿎은 희생자들이 생깁니다. 강과 지하수라는 자원과 가까이 사는 마을 사람들, 이들은 대부분 극 빈곤층에 속하죠. 이들은 물을 곁에 두고도, 물이 없어 죽어갑니다.

우리는 왜 수돗물 대신 생수를 신뢰할까, 생수에서 비롯하는 이윤은 어디로 흘러갈까, 물은 어떻게 '빈익빈 부익부'를 공고하게 만들까. 여러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인스타툰 계정 @goonanhooo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 @goonanhoo

이 계정을 알게 된 건 작년 12월이었어요. 연남동에서 한참 놀다가 집에 돌아가려 홍대입구역으로 향하는데, 지하철 역 출구 앞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분이 작은 쪽지를 나눠 주고 계셨어요. 잘 기억 나진 않지만, 종이엔 연필로 무심하게 스케치한 그림과 인스타그램 계정이 적혀 있었죠. 그 계정이 바로 '구난후' 예요. 응원하는 마음으로 계정을 팔로우 해뒀는데, 의외로 재밌는 영감을 주는 콘텐츠가 많더라고요.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어요. 제가 이 계정을 팔로우 할 때만 해도 팔로워가 100명 정도였는데, 이제 보니 벌써 3천 명을 넘었네요. 역시, 빠르게 입 소문을 탄 것 같아요.

어둡고 암울한 상황을 직시하되, 웃음을 잃지 않는 힘을 가진 풍자. 유머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삶의 문제 앞에서 심각해지는 대신 긍정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것 같아요. 레스벗그리너도 '지속가능성'이라는 본질에 엄숙히 다가가기보다 즐거운 마음과 유연한 자세로 설게요. 님이 부담스럽지 않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