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er 님, 안녕하세요!
레스벗그리너 브랜드 마케터 이슬기입니다.

벌써 2023년의 한 주가 흘렀네요! 첫 주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다소 침울하게 보냈어요. 다름 아닌 미세먼지 때문에요. 새해의 희망과 기대와는 달리 뿌옇게 낀 하늘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하더라고요. 올해의 지구는 작년보다 얼마나 더 약해질까 하고요.

그러나 비관은 그 무엇도 나아지게 만들지 못합니다. 대신에 저는 작은 행동의 힘을 낙관하겠어요. 나의 정량을 알아차리고, 분수를 지켜 쓰는 것. 오늘도 이 자리에서 시작할게요. 

p.s. 오늘은 아티클이 아닌,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지난해 12월에 그린레터 개편을 준비하며 2023년부터는 아티클, 에세이, 큐레이션, 만드는 사람 이야기 순서로 레터를 보내드린다고 안내드린 바 있는데요. 그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따뜻한 시간 되시길 바라요.

거짓말을 일삼는 이도, 입맛이 맞지 않는 사람도, 언어로 상처를 주는 놈도 만나보았지만 가장 서글픈 연애는 전한 만큼 받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표현이 적어 의중을 알기 어려운 상대 앞에서 나는 늘 초조한 얼굴이었다. 불안한 낯빛을 숨기기 위해 더욱 커다란 애정을 투척했다.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한 애인의 표정과 말투는 무른 과일처럼 곰팡이가 슬었고, 이내 안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해졌다. 헤어지기 전, 그는 여과 없는 마음을 전했다. 고마웠지만 버거웠다고. 자신이 가진 연정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 사람의 안색은 비로소 건강한 살구빛을 띠었다. 

늘 관계의 피해자처럼 굴었지만, 연애를 망친 가해자는 어쩌면 나였다. 상대의 마음이 고스란히 익을 시간을 주지 않고, 덮개를 열어 애정의 수준을 확인하기에 급급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뜸을 들였다면, 우리의 관계는 몇 번의 계절을 지나 보다 여물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친구도 괜찮지 않을 수 있다. 작품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는 연락과 함께, 오전에 건넨 영혼 없는 대사를 잊어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적당한 심려와 대안을 전했다. 다행히도 친구는 애인과 대화를 통해 마음의 경도를 조절하는 중이라고 했다. 부디 친구의 연애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이제는 나도 무엇이든 적당히 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알맞은 질량이 넘치는 순간, 아름다운 감정도 부담이나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니까. 심지어 ‘사랑’이나 ‘선물’ 같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단어들조차 그러한데 지리멸렬한 일상은 오죽할까. 저렴하다고 쟁여 놓은 생필품은 뻘쭘한 자세로 침대 옆을 차지하고 있고, 2주마다 배송되는 못생긴 야채들은 슬픈 표정으로 버려진다.

다만, 하나씩 해 나가는 중이다. 이번 겨울의 목표는 소박하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까먹는 귤의 유혹에 빠져 지갑 열지 않기. 더불어 선물로 전하지도, 받지도 않기. 조그마한 과실이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박스째로 들어온 귤은 매년 겨울방학 숙제처럼 남는다. 그렇게 처리하지 못한 귤은 결국 무르고 만다. 이제는 무엇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