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er 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한 달이 이렇게 빨리 흘러갈 줄이야...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며 쓰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설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양력 1월 1일을 맞이하며 다짐한 각오가 조금 흐트러졌어도, 음력 1월 1일을 기점으로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하하, 너무 정신 승리하는 걸까요? 아무렴, 어때요! 어떻게든 현재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걸요. 2023년 두 번째 시작(?)을 맞이하며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 생각납니다. 

"현재가 미래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가슴을 따라 살아갈 자신감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의 모든 차이를 만들어낸다."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마무리 하는 1월일지라도, 다시 일어날 오늘의 명분을 찾아 일어나는 태도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믿어요. 1월의 마지막 레터는 레스벗그리너를 만드는 사람의 언어를 보내드립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한 생명을 기르는 일만큼이나 어렵지만, 그럼에도 꺾이지 않고 나아가는 이유는 분명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에요. 레스벗그리너의 코파운더 동일 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처음 레스벗그리너를 시작할 때, 정말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고 싶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란 무슨 뜻일까? 

사실 창업을 하기 전에는 내가 사업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늘 남들 눈에 괜찮아 보이는 커리어 패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그리고 운 좋게도, 명목상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번듯한 커리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회사를 통해 경험한 조직 문화에서 비롯한 고민이었다.

1.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2. 고객과 직원의 만족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을까?
3. 조직의 경영과 문화를 개선해 본질적인 해자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일을 하기보다, 내 손으로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 문화를 구축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퇴사를 결정하고 창업을 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업자가 있었고, 우리의 마음에 힘을 보태주겠다고 나선 팀원이 있었다.

우리가 처음부터 친환경 성격을 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지속 가능한 사업’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다큐멘터리 <디터 람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디터 람스는 제품에 불필요한 기능을 덜어내고, 형태를 최소화해 본질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는 단순히 차별화를 위한 차별성을 위해 더해진 기능과 장식을 떼어내는 일이 더 나은 세상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해야 할 몫이 떠올랐다. 나는 그의 말처럼 우리의 생활에서도 이러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탄생 이래로 가장 풍요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사명은, 남들보다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필요만큼만 소유하는 것이 아닐까?

‘본질', ‘더 나은 세상', ‘레스 웨이스트’ 같은 단어들은 분명 매력적인 키워드이지만 동시에 추상적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이 단어들을 나의 삶에 녹여 실현시켜야겠다는 의지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하는 막막함이 앞섰다. 어쩌면 나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보통의 사람들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동료가 되어주는 일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미니 캡슐 세제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런데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다. 유행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한 한국에선 더더욱. 시장에선 수많은 눈이 쉴 새 없이 굴러가며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순간에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레스벗그리너의 첫 제품인 미니 캡슐 세제가 출시된 바로 다음 달, 우리의 협력 업체 대표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여섯 곳이 넘는 업체로부터 ‘우리도 캡슐 세제 출시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레스벗그리너가 제대로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달려나가는 경쟁 업체들을 신경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고객에게 우리를 알리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선 캡슐 세제라는 상품이 생소하기도 하고, 그걸 만들어 파는 레스벗그리너는 더 낯선 존재니까. 더욱이 우리 팀의 구성원 중에는 생활용품을 출시해 보거나, 생활용품 브랜드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을 가진 이가 없다. 그래서 여느 브랜드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앞으로도 꽤 오래, 자주 겪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레스벗그리너는 단순히 친환경적인 색을 입힌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자신만의 필요와 기준을 찾는 걸 돕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나의 본질을 파악하면, 그때야 비로소 스스로와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디자인 해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신념은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이 모두 행복할 때, 진정한 ‘지속가능성’이 이뤄진다는 우리의 창립 의도와도 결을 같이 한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그리는 미래가 예측되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힘이 닿는 데까지 우리의 자리에서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점. 타인의 인정을 바라던 갈망에서 벗어나 이 일을 시작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함께하는 팀원들을 기꺼이 믿으며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삶에 닿을 때까지.